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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통계, 교사 1인당 학생수와 학급당 학생수에 숨어있는 꼼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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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통계, 교사 1인당 학생수와 학급당 학생수에 숨어있는 꼼수

들림 2012. 1. 24. 14:12


 지난 1월 23일 연합뉴스에서 '교사 1인당 학생수 20년전 대비 30-50% 감소'(뉴스보기 http://j.mp/AhP0nM)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습니다. 기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2011년 교육정책 분야별 통계자료집'에 근거해서 쓰여졌습니다. 
 

 이 통계에 의하면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초등학교 17.3명, 중학교 17.3명, 고등학교 14.8명으로, 2008년 OECD 국가 평균인 초등학교 16.4명, 중학교 13.7명, 고등학교 13.7명에 거의 근접했을 정도로 여건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연도별 교원 1인당 학생수(자료 : 한국교육개발원)

연도별 학급당 학생수(자료 : 한국교육개발원)  
원본 2-1. 연도별 학교수ㆍ학생수ㆍ교원수.pdf
 

 이 기사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예전에 학교 다니던 때와 비교하여 교육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학급당 학생수 역시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되신 분들의 경우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25살인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한반에 45명 정도 되었었는데, 이 기사에 의하면 현재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5.5명, 중학교 33명, 고등학교 33.1명 정도 밖에 안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학교에 한번이라도 가보신 분은 이 수치가 의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한반에 40명 정도 되는 학교가 많으니까요. 또 불과 OECD 교육지표가 만들어졌던 2008년 당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초등학교 24.1명, 중학교 20.2명, 고등학교 16.5명 정도와 비교해서, 3년만에 10~25% 정도 감소한 것을 봤을 때 통계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현실과 통계의 괴리가 발생했을까요?

과연 이렇게 좋아졌을까요?
 

◎ 교사 1인당 학생수 vs 교원 1인당 학생수
 
먼저 교사 1인당 학생수의 경우 통계 수집 방법이 OECD 기준과 다릅니다. OECD 교육지표의 경우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담당교원만을 교사로 산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우 '교장, 교감 등 관리직 교원 및 비교수 전문직을 포함하여 산출'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기사의 제목은 '교사 1인당 학생수'이지만, 실제 내용은 '교원 1인당 학생수'로 교묘하게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  분 한국교육개발원  OECD 교육지표 
초  등  학  교 21.3명 24.1명
중  학  교 18.8명 20.2명
고  등  학  교 15.5 16.5명
표1. 교사 1인당 학생수 한국교육개발원과 OECD 교육지표의 차이(2008년)

 위 표를 보시면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원 1인당 학생수가 OECD 교육지표상 교사 1인당 학생수에 비해 초등학교의 경우 2.8명, 중학교의 경우 1.4명, 고등학교의 경우 1명 정도 적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 비중의 5~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수치입니다. 결국 정말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 1인당 학생수는 이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없습니다.




◎ 학급당 학생수 선출 기준의 차이

 학급당 학생수 역시 마찬가지로 산출 기준에서 한국교육개발원과 OECD의 차이가 있습니다. OECD 교육지표의 경우는 '특수학급을 제외하여 산출하'였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우 '특수학급 역시 포함'하여 학급당 학생수를 산출했습니다. 이 차이는 통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입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5.0명, 중학교의 경우 6.1명, 고등학교의 경우 7.8명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특수학급의 비중이 전체 학급의 약 4%, 중학교의 경우 3%, 고등학교의 경우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당연히 학급당 학생수의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겠죠.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급당 학생수가 OECD 교육지표에 비해 초등학교의 경우 0.8명, 중학교의 경우 0.7명 정도 적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고등학교는 OECD의 자료가 없습니다.) 2008년과 비교해서 2011년에 특수학급이 2,000개소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아 특수학급이 학급당 학생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 교육에서 교사 1인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의 문제

 결국 이러한 차이를 감안해봤을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은 사실상 OECD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교사 1인당 학생수보다 사실 중요한 것은 학급당 학생수입니다. 한 번이라도 수업을 해본 사람은 한 수업에서 학생수의 차이가 얼마나 많은 과정과 결과에서의 차이를 가져오는지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원인 중 하나도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문제의 가장 큰 해결책 중 하나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서 교사가 학생들과 더 많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되는 것입니다.


 물론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나름대로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수가 2000년과 비교하여 22% 감소했지만, 교원수는 29% 증가했습니다. 중학교의 경우 학생수가 오히려 2.7% 증가했지만, 교원수는 20% 증가했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수가 6% 감소한반면, 교원수는 27% 증가했습니다.


 왜 가장 많은 학생수가 감소한 초등학교의 교원수는 크게 증가한 반면, 학생수가 증가한 중학교의 교원수는 증가폭이 가장 좁을까요? 그 이유는 학생수 증감을 미리 예측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따라가는 교원 수급 정책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중학교의 학생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 이전 세대에서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교원을 대폭적으로 늘린 것이지요. 물론 현재 초등학교 학생수는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의도치않게 초등학교는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중ㆍ고등학교의 경우 여전히 한 반에 40명 넘는 학생들이 수업받는 학급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원이나 학급을 늘리지 않는 것은 이제 인구 증가 감소 추세에 따라 자동적으로 교사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 것을 예상한 것이지요. 2020년이면 자동적으로 OECD 평균이 된다고 하니말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의 피해보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교육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OECD 평균에 구색맞추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히려 다른 OECD 국가들보다 교육지표에서 앞서는 나라가 되야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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