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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들림 2015. 5. 6. 10:12

밤을 머금은 시꺼먼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는 모든 빛과 소리를 삼킬 듯 아득하다.


조심스레 발을 담궈본다.

모든 세포들이 비명을 지른다.


발바닥에는 한껏 무거워진 모래가 달라붙는다.

떨어지지 않는 젖은 모래들이 시간처럼 끈적거린다.


돌아갈까?


아니. 계속 잠긴다.


파도가 밀려온다.

코와 입으로 막을 수 없는 불안이 마구 들어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이 허우적거린다.


그러다 아주 오래전 잊고 있었던 몸짓을 기억해낸다.

10개월 동안의 그 몸짓이 나를 만들었다.


그때, 세포 하나가 속삭인다.

"너는 몇 십억년을 너가 되기 위해 그렇게 움직였어."


기억해낸 것 뿐이다.

나는 나를 나로 만든 몸짓을 다시 시작한다.


희미하게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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