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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림 평상
살아있다 본문
밤을 머금은 시꺼먼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는 모든 빛과 소리를 삼킬 듯 아득하다.
조심스레 발을 담궈본다.
모든 세포들이 비명을 지른다.
발바닥에는 한껏 무거워진 모래가 달라붙는다.
떨어지지 않는 젖은 모래들이 시간처럼 끈적거린다.
돌아갈까?
아니. 계속 잠긴다.
파도가 밀려온다.
코와 입으로 막을 수 없는 불안이 마구 들어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이 허우적거린다.
그러다 아주 오래전 잊고 있었던 몸짓을 기억해낸다.
10개월 동안의 그 몸짓이 나를 만들었다.
그때, 세포 하나가 속삭인다.
"너는 몇 십억년을 너가 되기 위해 그렇게 움직였어."
기억해낸 것 뿐이다.
나는 나를 나로 만든 몸짓을 다시 시작한다.
희미하게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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