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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우의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위대한 생각들』'

들림 2012. 2. 15. 11:05
위대한 생각들 위대한 생각들
황광우 | 비아북 |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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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생각'의 즐거움

Dai Dudu, Li Tiezi, and Zhang An <단테와 신곡을 논하며 Discussing the Divine Comedy with Dante>(2006, oil on canvas)

 지난 2009년, 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림 속에 숨어있는 위인을 맞추는 게임이 유행이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그림은 세명의 중국 현대화가들이 합작하여 그린 <단테와 신곡을 논하다>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화가들을 포함하여 총 103명의 사람이 등장하는 이 그림은 아이슈타인, 이소룡, 링컨 등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다. 단테가 <신곡>에서 여러 유명인들(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솔로몬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하다. 해외 언론에서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영감을 얻었다고도 한다.

 이 그림이 재미있는 이유는 실제로 한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마오쩌뚱과 링컨이 원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푸틴과 타이슨이 함께 쉬고 있다. 부시는 망원경으로 뭔가를 찾고 있는데 오사마 빈라덴은 그의 등 뒤에 서있다. 이렇듯 재치가 넘치는 작품에 대사를 입힌다면 어떻게 될까? 가령 아테네 학당에서 플라톤과 공자가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정약용의 유배지로 루소가 찾아온다거나. 한비자 앞에서 마키아벨리가 가르침을 얻는다거나. 그런 경우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까?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위대한 생각들』은 이데올로기에 관한 책이다. 이데올로기는 어찌보면 정치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틀말이다. 황광우는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등 서구의 사상들과 유가, 도가, 법가, 실학, 동학 등 동양의 사상들을 균형감있게 배치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보통 서양의 것으로 대표되던 정치사상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낯설고 신선하다.

 저자는 대표작인 『철학콘서트』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놀라운 입담을 자랑하며, 정치사상의 발생배경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흐름을 맛깔나게 설명한다. 물론 그 시대 일반 민중의 삶 역시 놓치지 않고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또한 시대, 동서 구분없이 연관된 사상들을 마구 끌어와 붙이고, 또 차이점을 논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키워준다. 한 챕터 뒤에는 '열정적 고전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그 사상과 관련된 원전이나 세부 지식들을 보충한다.

 좋은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세계의 사상을 큰 틀로 설명하기 때문에 폭에 비해서 깊이가 얕은 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쉬운 편이라 중고등학생이나 입문자가 읽기 좋다는 말일 것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한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겠지만 『위대한 생각들』은 그러한 목적에 알맞은 책이다. 저자는 이 중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질 뿐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독자와 역사의 몫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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