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들림 평상
어긋난 밤 본문
어긋난 밤
범어사 아래 주차장은
밤이 맑다
“우리……. 별이 다 뜰 때까지만 같이 돌자.”
눈치 빠른 그녀는 빈칸도 알아듣고 집행인처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단어는 머리에 손을 넣어 만지는 것만으로 기류가 멈췄다
나는 얹힌 바람을 다 토하고서야 겨우 발을 땠다
마주보던 손들은 돌아앉았지만
그네에는 궤적의 기억이 있다
그 암기력이 무안해 손끝이 시렸다
그녀의 투명 메니큐어는 뻔뻔히도 어둔 구석까지 휘휘 저었다
우리에게 지각한 별을 기다릴 인내심은 있었나보다
혹시 하나 뒤늦게 도착할까봐
혹은 서로가 그렇게 생각할까봐
에이사이드든 비사이드든 고장난 레코드판은 잘도 돌아갔다
드디어 산사의 불이 꺼졌다
그녀는 한참 텅 빔을 응시했다
나는 그녀가 없어진 자리에서 10년은 늙은 이마로
별과 별 사이에 시력을 있는 힘껏 던졌다
반짝
'노트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30~00:00 (0) | 2016.06.18 |
---|---|
당신이 싫어하진 않을 것 같은 시 (0) | 2016.06.04 |
(어디여도 괜찮은)서울의 봄 (0) | 2016.05.28 |
물공포증 (0) | 2016.05.25 |
점 : (0) | 2016.05.15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