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림 평상
단 하나의 과학책, 칼 세이건의『코스모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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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특별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홍승수 | 사이언스북스 | 20061220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내가 사는 남산동은 금정산 인근에 위치한 동네이다. 산 근처에 있고, 공장도 없다보니 다른 동네보다 공기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동네의 밤하늘에서 꽤 많은 별을 찾을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 어쩌다 친구 없이 혼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밤하늘을 보며 걷곤했다. 별을 보면서 어렴풋이 수업 때 배운 별자리를 그려보기도 하고, 어떤 별이 가장 밝은지 비교해보기도 했다. 그때부터 별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버스에서 내리면 밤하늘부터 봤다. 뭔가 모르게 구름 낀 날은 아쉬웠고, 유난히 별이 많은 날이면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입대하게 되었을 때 훈련소에서 야간 동초근무를 설 때도, 밤하늘을 보며 우리 동네를 떠올렸다. 야간 행군 때 잠시 휴식시간, 군장에 기대 바라 본 시골의 밤하늘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생애 가장 많은 별들이 나를 위로해주기도 했다. 물론 별들은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나, 군대에서나 늘 같은 모습이었다.
영원한 것 같은 별이지만, 별도 사람처럼 일생이 있다. 다만 불과 100년 남짓한 인간의 생애에서는 그 과정을 느끼기 힘들 뿐이다. 사실 별은 너무도 먼 곳에 있어서 지금 빛나고 있는 별은 이미 사라진 별일 수도 있다. 빛의 속도를 나타내는 광년이라는 단위는 그 아득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안드로메다자리의 별들 중 두 번째로 밝은 별인 베타 안드로메대는 태양에서 75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 별에서 빛이 출발했을 때, 81년을 살아오신 할머니는 6살이셨다. 별을 통해서 나는 어린 아이이던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처럼 별, 그리고 우주는 인간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영웅들과 신, 그리고 세상의 이야기들이 별과 함께 나타나고 또 사라졌다. 그 장대한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한 발 다가가게 되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1996년 세상을 뜬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와 그 속에 있는 생명,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대서사시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리차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더불어 과학의 대중화에 최전선에 섰던 인물이다. 특히 1980년에 발간된 『코스모스』는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 60개국의 6억명이 넘는 시청자에게 소개되었고, 책은 6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멸의 역작이라 할만 하다. 『코스모스』가 나온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만큼, 몇 부분은 내용이 수정되어야 하고 보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아름다운 문장과 대부분의 내용은 아직까지 유효할 뿐더러 그 감동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우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과학교과로 치면 화학과 생물, 지구과학, 물리가 모두 녹아있고, 인류학과 역사, 심리학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 우주적 관점에서 세상을 조망한 '코스모스'적인 책이다. 6,700페이지에 해당하는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책을 덮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칼 세이건의 문학적인 글쓰기가 갖는 놀라운 힘이다. 실제로 칼 세이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SF 소설인『컨택트』를 썼을 정도로 타고난 이야기 꾼이다.(영화 <콘택트> 역시 강력추천할만큼 아름다운 영화이다.)
어떠한 수사를 덧붙여도 『코스모스』를 온전히 담아내기란 힘들다. 정말 단 한 권의 과학서를 읽으라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코스모스』다. 『코스모스』를 통해서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인류와 지구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별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진화와 다른 우주의 존재를 생각한다. 어느 외계의 다른 누군가도 별을 보며 우리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는 자연의 질서와 과학이라는 언어로 쓰인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가까운 장래는 아니겠지만, 외계 생명의 존재도 언젠가는 밝혀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외계를 향한 인류의 끈질긴 외침이 언젠가는 외계 문명과의 교신으로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온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인류 역사를 바꾼 고전 중의 하나로 재평가될 것입니다.' - 홍승수(서울대 천문학교 교수,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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