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림 평상

행선지는 어디입니까? 본문

노트/일상

행선지는 어디입니까?

들림 2016. 10. 11. 23:32

행선지는 어디입니까?


우리는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광저우와 파리를 거쳐 리스본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목적지를 모른 채로 떠나는 비행과도 같았다. 낯선 말들에 당황하고, 연착으로 밤을 지새우고, 굳은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하고, 긴 대기시간을 지나며 입국과 출국을 반복하는... 결국 이 지리멸렬하고 고된 여정들은 당신에게 닿기 위한 경유지였다. 그렸던 땅과 바다가 창 너머로 아득하게 보일 때 우리가 도착을 실감하는 것처럼. 2층 창밖으로 당신이 걸어오는 것을 보며 삶의 목적을 확신했다. 내 지난 날들을 비로소 긍정하게 됐을 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당신을 향해 삶의 중심으로.


'노트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당연설회를 다녀와서  (0) 2016.09.30
녹색당 전국 당원 한마당을 다녀와서  (0) 2016.06.26
노무현을 기억하며  (0) 2016.05.23
홍승희님의 <작은 증언>을 읽고  (0) 2016.05.22
5.18 을 기억하며  (0) 2016.05.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