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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조남주 『귀를 기울이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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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조남주 『귀를 기울이면』

들림 2012. 1. 22. 01:06
귀를 기울이면 -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 귀를 기울이면 -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
조남주 | 문학동네 |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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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논란으로 기존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하고 도산 위기에 처한 네오프로덕션의 대표 박상운. 거대 자본의 공세 속에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재래시장 세오시장의 총무 정기섭. 비정규직으로 학교에서 쫓겨난 김민구와 그의 부인 오영미, 누구보다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아들 김일우.

벼랑 끝에 선 세 인생이 쓰리컵게임(야바위)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인생역전 서바이벌 <더 챔피언>.에서 만난다. <더 챔피언>을 중심으로 엎어진 세 인생은 서로의 욕망을 가지고 쓰리컵게임처럼 섞이고 부딪힌다. 야바위꾼과도 같은 조남주의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인생 속에서 부딪히고 있는 욕망이라는 구슬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생존을 배팅한 도박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위로가 되었다. 그러니 누구보다 잘 들을 수 있었던 김일우에게 구슬이 있는 컵을 찾는 것보다, 구슬이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모든 욕망이 거세된 김일우에게 더 이상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무너지는 컵들과 터지는 플래시, 숨 쉴 틈 없는 소음 속에서 유일하게 일우가 들었던 도망쳐!’라는 가슴 속의 소리. 빛을 향해 몸을 날린 그를 따라 우리는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나갈 수 있을까?

사회의 각 부분을 대표하는 세 명의 인생을 풍자적으로 잘 버무린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소 밋밋한 문체와 너무 식상해버린 서바이벌이라는 소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의 단선적인 구성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조남주의 글쓰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며, 적어도 나에게는 그녀의 데뷔작인 귀를 기울이면이 그녀의 다음 소설들에게 귀를 기울이게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첫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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