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림 평상

정유정 『7년의 밤』 그러나 너무 '그러나' 본문

감상/책

정유정 『7년의 밤』 그러나 너무 '그러나'

들림 2012. 1. 22. 01:05
7년의 밤 7년의 밤
정유정 | 은행나무 | 20110323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꼼꼼한 취재와 선 굵은 서사.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인물과 인물들. 기발한 스토리와 마지막 결말까지가 이 소설의 장점이다.(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문학을 굳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으로 구분짓는 것이 우습다 생각하지만, 평가의 척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은 그 어중간한 중간점을 찾으려다 이도저도 아닌 두꺼운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에드거 앨런 포나 스티븐 킹이 생각나는 장르소설적인 요소가 많은 데도 그리 큰 긴장감을 주지 못했으며, 마지막 장면에서의 카타르시스 또한 부족했다. 그렇다고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문장이나, 숨겨진 장치들을 찾는 재미도 덜했다.

소설 속의 인물이 너무 많은 것을 벌여놔서 이를 수습하느라 애먹었을 작가를 생각하면, 이 소설이 완결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주제는 친절하게도 '작가의 말'에 모두 담겨있다. 이 이야기는 사실과 진실 사이의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팩트로 기존 언론에서 보여주는 사회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진실은 오롯한 그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나'가 바로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선데이 매거진과 '나'의 에필로그 사이에는 오승환의 소설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가는 사실보다 소설이 진실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 '그러나'에 집중하다보니, 한 인물은 유례없는 사이코패스가 되었고, 또 한 인물은 기구한 우연탓에 유례없는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인물이 되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것이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