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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열풍! 1년이 지난 후 읽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본문

감상/책

정의 열풍! 1년이 지난 후 읽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들림 2012. 1. 24. 22:28

정의란 무엇인가
국내도서>인문
저자 :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 이창신역
출판 : 김영사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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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상세보기 

 각 신문사, 서점 등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2010년을 뜨겁게 강타한 베스트셀러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감영사에서 나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 인기가 2011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식지 않았으며, 100만부가 넘게 팔려 스테디셀러에 등극했습니다. 한참 열기가 뜨거울 때는 지하철, 거리나 카페에서 강렬한 주황색 표지로 된 이 책을 들고 있는 많은 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인기가 많은 책은 꺼려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어서, 그렇게나 반응이 뜨거운데도 한번도 안펼쳐보다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책을 펼치는 순간, 이 책이 왜 그렇게 히트를 쳤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정의란 무엇인가』는 사실 전혀 대중적인 내용도 아니었고, 그 철학적 배경이 된 사상들 역시 그리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강렬한 주황색 표지
  
 저자인 샌델 교수는 하버드의 정치철학 교수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의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의 강의는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란 이름으로 방송되었고, 그의 특강을 EBS에서 한글자막을 달아 방송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동명의 제목이 원래 책제목입니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 부분을 보면 샌델 교수는 '알래스데어 메킨타이어, 마이클 월저, 찰스 테일러 교수 등과 함께 공동체주의의 4대 이론가 중 한 명이자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평가된다'고 하네요. 이 소개에서 대충 샌델 교수의 사유 전개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의 저자 깔때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목차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리 쉬운 책이 아닙니다. 샌델 교수는 여러 사상의 관점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제시하여, 일관된 신념을 끝없이 위협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서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다소 방향을 잃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책이 너무 어려우신 분은 그의 강의를 구해서 먼저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 내용은 철학 사상의 역사적 전개와는 무관하게 흘러갑니다. 샌델 교수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인 행복의 극대화, 선택의 자유, 미덕을 키우고 공공선을 고민하는 것을 중심으로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와 존 롤스를 오가며 정의에 대한 신념들을 공격합니다.
 

무시무시한 대진표

 
그렇다면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요? 앞서 저자소개 기억나시나요? 저자소개에서 보았듯 샌델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정의를 옹호합니다. 결국 샌델 교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밝힙니다.

아무래도 앞선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와 존 롤스의 경우 대가인 샌델 교수가 비판을 하기 때문에 원전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익히기에 적절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샌델 교수의 사상에 대한 비판은 오로지 독자에 대한 몫으로 남겨진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좋을 수도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 사유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볼 경우 샌델 교수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위험이 생깁니다. 대부분이 처음 정치철학을 접하는 상황에서 대가의 사상을 반박하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철학적 사유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책의 8강 앞부분까지 읽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드립니다. 뒷부분은 좀 더 원전과 다른 교양서들을 읽는다거나,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해보신 후에 읽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물론 책의 한장 한장을 오랜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면 더욱 좋겠지요.

2010년 최고의 책이었지만, 그 100만부 이상 팔린만큼 소화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워낙 유행이었던터라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니까요. 사실 모두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읽었다면, 이미 우리 사회는 달라져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정의란 무엇인가』는 생각보다 훨씬 '내용'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교양서로나 원전안내서로나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단단히 각오를 하시고, 오랜 시간 천천히 읽어보신다면 책이 가진 가치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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