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감상/책 (25)
들림 평상
희랍어 시간 한강 | 문학동네 | 201111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이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 입니다. 작가는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통해 단절과 소외, 소통과 관계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그리고 있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그리고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두갈래 실낱이 마지막에서 만나 새로운 하나의 실을 만들어낸다. 상처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또 모든 것이 태어나는 시간 어스름.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불교와 플라톤의 사상을 교묘히 배합하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침묵을 여백으로 표현한 시와 같이 전개되는 남자의 대화와 마지막 시점이 1인칭..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차경아 | 까치(까치글방) | 2007042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좋은 책, 고전이라 함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시대가 흘렀음에도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도 그런 책이다. 인간과 사회, 세상의 실존 양식을 소유적 실존양식과 존재적 실존양식으로 분석하는 그의 솜씨는 놀랍다. 그는 철학자들로부터 일상 생활, 그리고 성서로 이르기까지 소유와 존재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한 뒤, 이 두 실존양식의 본질에 대해서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존재적 실존양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소유적 실존양식에..
귀를 기울이면 -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 조남주 | 문학동네 | 20111219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조작 논란으로 기존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하고 도산 위기에 처한 네오프로덕션의 대표 박상운. 거대 자본의 공세 속에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재래시장 세오시장의 총무 정기섭. 비정규직으로 학교에서 쫓겨난 김민구와 그의 부인 오영미, 누구보다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아들 김일우. 벼랑 끝에 선 세 인생이 쓰리컵게임(야바위)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인생역전 서바이벌 .에서 만난다. 을 중심으로 엎어진 세 인생은 서로의 욕망을 가지고 쓰리컵게임처럼 섞이고 부딪힌다. 야바위꾼과도 같은 조남주의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인생 속에서 부딪히고 있는..
7년의 밤 정유정 | 은행나무 | 20110323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꼼꼼한 취재와 선 굵은 서사.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인물과 인물들. 기발한 스토리와 마지막 결말까지가 이 소설의 장점이다.(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문학을 굳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으로 구분짓는 것이 우습다 생각하지만, 평가의 척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은 그 어중간한 중간점을 찾으려다 이도저도 아닌 두꺼운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에드거 앨런 포나 스티븐 킹이 생각나는 장르소설적인 요소가 많은 데도 그리 큰 긴장감을 주지 못했으며, 마지막 장면에서의 카타르시스 또한 부족했다. 그렇다고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문장이나, 숨겨진 장치들을 찾는 재미도 덜했다. 소설..
그 누가 『두근두근 내 인생』을 미워할 수 있을까? 주인공인 한아름을, 아니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군대에서 편지봉투를 여는 이등병의 마음이었다.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던 적이 오랜만이다. 문장 하나 하나마다 김애란의 숨이 느껴졌다. 익숙한 듯 하면서 낯선 그녀의 첫 장편, 첫 문장들. 한 단어를 선택하는데 한참을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녀의 문장은 그렇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신중했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쿨했다. 17살에 부모가 된 청춘과 17살이 된 아들 아름이. 하지만 일찍 늙는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는 80살의 몸을 가지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의 이야기. 자칫하면 흔하디 흔한 신파가 되었을 아픈 순간에도 그녀는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