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림 평상
2016. 3. 23 #8 광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별밤에서 아침을 먹었다.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가 아닌 진짜 밥다운 밥이었다. 김치, 시금치, 연근조림, 콩자반 등 밑반찬들은 정갈했다. 계란을 입혀 노릇노릇 구운 동그랑땡, 조개를 넣고 끓인 미역국이 메뉴였다. 주인 분은 80년 5월의 광주에 대해 이렇게 기억하셨다. “그때는 나도 어릴 땐게. 잘은 기억이 안나요. 우리 집이 이불집을 했는데, 어른들이 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두터운 솜이불이 어따 쓸란가 했더니. 그거를 벽마다 둘렀데요. 총알이 날아오니까. 솜이 총알을 막아줄 수 있응께.” 5월 21일, 계엄군의 발포가 시작됐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총소리가 얼마나 크고 요란한지 알 것이다. 고요는 그토록 쉽게 깨어졌다. 평온한 일상에는 균열이 ..
점 :-의 장래희망 별에게 심장이 있다, 고 믿었어 심야가날 못처럼 박아놓은 날 적도의낮으로 따끔거리던 낯 다섯살 아이마냥 신열에 들뜬 긴밤은개근상을 받았지졸업도 못했는데 말이야 신경성 고작, 신경성신앙은 구멍뚫린 손목 터널증후군에 출구가 있길바라야할까 150억년만의 해후인 줄아니 절대 아니 그저 가시거리 그마저도파이오니어 10호 같은 문장 보이는 만큼 아득하고낡은우주
우산국 비바람치는 주말은 시계가 좋다클렌징 오일!두꺼운 해무(해霧)도 씻겨 나간다청명할 수록 서글픈 풍광 외줄기 부르쥔 뿌리 같은 손들악력으로 어림재는 저마다의 슬픔 ...도 없는 텅 빈 말풍선 떠오르고떠다니는 섬들은 익사할까 발버둥 다도해 다도해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독도는 우리땅
있으라 어떤 미움도 없어라어떤 마음도 없어라어떤 의도도 없어라어떤 의미도 없어라어떤 바람도 없어라어떤 사랑도 없어라어떤 목적도 없어라어떤 무엇도 없어라 있으라
나에게 시를 짓는다는 건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특별히 인상적인 풍경, 사람, 사건 등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나 생각은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의미인지 알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어서 짓는 것이다. 나의 느낌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고르다보면, 어떤 현상(내적/외적)이 주는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어떤 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가?’, ‘그 의미는 무엇인가?’, 나와 세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수록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의 위치와 자세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럼 나는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는 내 삶의 방향을 점검함과 동시에, 좀 더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나에게 시라는 것은 알기 위해, 살기 위해 짓는 것이다. 그렇게..